• 공지사항

    • 2018-01-15
    • 2018 책날개(초등) 도서선정 총평
    • 2018년 책날개도서 총평 

      최미순(남성초등학교 교사)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행복하다. 초등학교에 첫 발을 내딛는 아이들에게 선물할 책 꾸러미에 들어갈 책을 고르는 일은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웠지만 그보다는 좋아하는 그림책을 맘껏 보는 행복이 더 컸다. 게다가 책 꾸러미를 선물 받은 아이들이 그림책 『좋아해』 표지의 소년 같은 표정을 지을지도 모른다는 행복한 상상을 하니 설레기까지 했다.

       노석미 작가의 그림책 『좋아해』는 제목과 본문 모두 ‘좋아해’ 세 글자로만 이루어졌다. 하얀색 바탕 위 검은 세 글자 ‘좋아해’와 노란빛 따뜻한 그림으로 표현한 ‘좋아해‘를 단순 반복한다. ‘좋아해‘라는 말은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에게 기분 좋은 마법을 건다. 『좋아해』의 그림에는 따뜻함과 친구가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과 ’좋아해‘라는 진심을 표현하는 일 모두 쉽지만은 않다. 아이들이 선물 받은 책을 ‘좋아해’라고 말하게 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장 우선으로 두고 선정 작업을 했다. 아이들이 학교라는 새로운 곳에서 만난 친구를 그리고 책을 평생 좋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아해』의 그림 속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친구처럼 오랫동안 함께할 좋은 책을 선물하고 싶다. 


       2017년에 나온 그림책 약 300여 권을 살펴보았다. 2018 책날개 도서 선정은 ‘어린이책시민연대’ ‘어린이와 작은 도서관 협회’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청주 지역 교사 그림책 동아리’의 활동가들이 한 달 동안 꼼꼼하게 검토하고 후보작을 선정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정에서, 도서관에서, 교실에서 읽어주며 아이들의 반응도 살폈다. 어른의 시각이 아닌 아이의 눈높이를 이해하고 그림책을 볼 수 있는 훈련을 많이 했지만, 책날개의 독자는 바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 수준에 맞는 책을 선정하되 책날개 운동의 취지에 맞는 국내 순수 창작물을 대상으로 하며 정치, 종교, 상업 등의 특수 이해관계에 있는 도서나 학습도서, 인종, 장애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드러내는 도서를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2차 심사위원회에서는 각 단체에서 선정한 후보작을 한 권 한 권 심도 있게 다루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림책의 내용만이 아니라 제본, 판형, 앞표지, 뒤표지, 책등, 면지까지 세세히 논의했다. 특히 그림은 중요한 논의 대상이었다. 단, 여러 단체에서 공통으로 추천한 후보작들은 최대한 선정하는 방향으로 했다. 각 단체에서 여러 각도로 협의를 거친 과정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가능한 다양한 출판사의 작품을 골고루 선정하고자 하였으나 부득이하게 몇몇 출판사의 작품은 여러 권 추천되기도 했다. 어려운 출판환경 탓에 어린이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어린이보다는 책을 직접 사는 부모를 고려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도 꿋꿋하게 어린이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좋은 책을 내기 위한 출판사의 노력에는 인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린이 독자를 위한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 그림책이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를 증명하듯 주목할 만한 그림과 새로운 시도로 우리 그림책의 성장을 보여주는 그림책이 여럿 있어 뿌듯했다. 작가만의 독특한 감성과 발상이 너무 재미있어 빠져드는 그림책이 많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좋은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서로를 살려주기 위한 결함이 있다. 그러나 글이 좋지만 그림이 부족하거나 그림만으로는 새로운 시도와 창의성이 돋보이나 글과의 결합이 좋지 않은 그림책이 꽤 있었다. 좋은 그림이지만 서사가 부족해서 고민 끝에 내려놓은 책도 있다. 그림 자체로는 예술적 가치가 충분하지만, 서사의 힘이 약한 것이 안타깝다. 또한, 어른의 입장에서만 아이들을 바라보고 아이들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그림책이 여전히 많았다. 일부 책은 고정된 성 역할로 아이들에게 편견을 심어줄 우려가 있어 불편했다. 인성교육이라는 목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는 책은 우선 배제했다. 아이들을 사랑했던 야누슈 코르착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의 생각이 어른 생각보다 좁거나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른과 다를 따름입니다.” 부모에게 그리고 교사에게 착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자신한테 착한 아이, 즉 개인의 목소리에 충실한 사람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 많으면 좋겠다. 그림책이 아이를 가두는 프레임으로 쓰이지 않길 바란다. 또한, 전통을 전하는 책에서도 어른의 추억여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책들은 배제하려 했다. 어른의 문화가 아닌 어린이는 어린이 문화로 존중하는 그림책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2018 책날개는 어린이의 삶과 밀접하며 어린이문화를 존중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책 위주로 선정하였다. 어린이가 자신의 감정을 살피고 자신의 욕망을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건강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어린이가 깊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으로 선정하고자 했다. 요즘의 아이들은 학교라는 새로운 곳에 발을 디딤과 동시에 바쁜 일상이 펼쳐진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학교가 끝나면 돌봄 교실이나 방과 후 학교, 학원으로 쉼 없이 이동한다. 친구와 놀 시간도 부족하고 가족 간에도 눈 맞추고 대화할 여유가 없다. 그림책 『비밀이야』는 그런 단절의 시대, 어린 남매의 대화를 통해 소통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 『돼지꿈』은 바빠서 놀 시간도 없는 요즘 우리 어린이들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며 일상의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싫은 날』은 숙제를 안 해 학교 가기 싫은 영희의 마음을 깊이 헤아릴 수 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놀아도 되는 어린 시절을 보내보지 못한 요즘 아이들에게는 영희가 부러울지도 모르겠다. 실컷 놀고 싶은 아이의 욕망을 존중하는 그림책은 어린이에게 위안이 될 것이다. 

       어린이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한 그림책을 선정했다. 『간질간질』은 머리를 벅벅 긁다가 떨어진 머리카락이 또 다른 내가 되는 상상에서 시작한다.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아도 읽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고구마구마』는 스스로 읽어도 누가 읽어줘도 재미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어린이들이 재미있어할 책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 선정 기준이다.  

       읽고 나면 어린이들에게 긍정의 힘과 위로를 주는 그림책을 선정했다. 『괜찮아 아저씨』는 동그란 얼굴에 머리카락이 딱 열 가닥만 있는 초 긍정 캐릭터 ‘괜찮아 아저씨’가 등장한다. 한 올 한 올 아까운 머리카락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아저씨는 긍정의 힘을 잃지 않고 유쾌하게 말한다. “오 괜찮은데!” 어린이들이 닮고 싶고, 만나고 싶어 할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이다.  『두더지의 소원』은 첫눈 오는 날, 만난 눈덩이를 자신의 친구라고 믿는 두더지의 믿음을 함께 응원하게 한다. 두더지의 순수한 마음을 믿어주는 사슴 아저씨와 같은 어른 덕분에 위로를 느끼지 않을까? 『달팽이 학교』는 느리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달팽이를 통해서 조금 천천히 나아가도,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낯선 학교에 첫발을 내디딘 어린이들에게 이보다 위로가 되는 말이 어디 있을까? 

       생명을 보는 따뜻한 시선과 올바른 인식이 있는 책, 현재 우리 사회가 겪는 반려동물 문제를 화두로 꺼낸 책도 선정했다. 『외뿔고래의 슬픈 노래』 『청딱따구리의 선물』 『수박이 먹고 싶으면』 『앵커씨의 행복이야기』는 자연과의 공존을 아름다운 그림과 작위적이지 않은 표현으로 보여준다. 『메리』 『우리가 헤어지는 날』 『으리으리한 개집』 『옆집 춘심이』는 관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그밖에도 시각적 문해력이 중요한 세대의 아이들에게 예술성이 돋보이는 그림책과 시가 그림을 만나 새로운 그림책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책들을 선정했다. 지식을 전하는 그림책은 구성과 편집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한 그림책을 선정하려고 했다. 『점이 뭐야?』 『2 주세요!』 『나만 몰랐던 잠 이야기』 『도와줘요, 뼈다귀 아저씨! 키 크고 싶어요.』 『공감씨는 힘이 세!』는 그런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책이다. 

       선정된 책 이외에도 많은 좋은 그림책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을 기준으로 선정하다 보니 좋은 그림책이지만 제외된 책이 있었고 예술 그림책이라는 장르로 인정받아 마땅한 책도 있었다. 힘든 환경에서 출간한 각 출판사의 소중한 그림책에 경의를 표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 행복했다. 작가도 출판사도 좋아하는 책을 맘 놓고 펴낼 수 있는 출판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어느 출판사의 출판 신조로 2018 책날개 총평을 마무리하려 한다.

      하나. 그림책은 그림이 메시지 전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류의 책이다. 

      둘, 그림책은 세상을 모두 담는 그릇이며, 글과 그림의 표현에 제약을 두지 말자. 

      셋, 그림책 주 독자층은 아이들임을 잊지 않되, 어른도 공감하도록 공들여서 만들자. 

        어려운 출판 환경이지만 어린이 책을 만드는 출판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어린이 독자가 아닐까? 부디, 공들여 만들어주시고 공들여 선정한 2018 책날개 선정 도서가 많은 어린이에게 『좋아해』라고 말해지면 좋겠다. 



       o 선정위원

         박소희((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 변춘희(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 최미순(남성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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